티스토리 뷰

들어가기에 앞서 ISO9000이라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는지부터 질문해야겠다. 근데 답은 정해져 있다. 당신은 이미 분명 어딘가에서 ISO9000을 보았다. 봤는데, 관심이 없어서 기억을 못할 뿐이다. 

어디서 봤을까? 내가 예상컨대 치킨가게에서도 봤을 것이고, 체인점 몇 개가 있는 커다란 갈비집에서 봤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남의 회사 홈페이지에서 봤을 수도 있다. 그리고 혹시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신입사원이라면 '뭔진 모르겠지만 좋은 것이니 ISO 인증을 받아라'라고 하는 사장님의 어명 때문에라도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회사 들어갔을 때 ISO 인증 어쩌구 하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내가 이해한 것을 토대로 최대한 쉽게 그 개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왜냐면 아무도 이런 걸 안 알려주기 때문이다.)

 

1. ISO의 뜻?

ISO는 그리스어로 '동일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ISO를 풀어 쓰면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매우 긴데 국제 표준화 기구라는 뜻이다. 그리고 앞글자를 따서 식당이름을 짓고, 고사를 지내고... 해서 이 이름은 ISO가 된다. 홈페이지도 있다. 물론 영어지만 ㅎ https://www.iso.org/home.html

ISO는 국 끓여먹을 때 쓰는 재료도 아니고, 셀카 찍을 때 쓰는 셀카봉도 아니고, 엄마친구 아들이 다니는 회사 이름도 아니다. ISO는 스위스에서 시작한 비영리 단체이다. 참고로 WHO(세계보건기구)도 같은 나라 소속이다. (?)

2. 국제 표준화 기구는 왜 생겼을까?

이 국제 표준화 기구는 1947년 2월 23일에 스위스에서 출범했다. 이것이 만들어진 계기를 무지무지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어거지 예시를 들었으나 양해 바람.

A나라 사람: 내가 한 번 자동차를 만들어보겠다. 그리고 해외에 팔아 떼부자가 되어보겠다. 

B나라 사람: 위 사람이 만든 자동차를 샀다. 근데... 왜 우리나라하고 운전석 위치가 다르지? 

해서 A나라 사람과 B나라 사람은 싸우게 된다.

B나라 사람: 나한테 똥을 팔았네!

A나라 사람: 이건 똥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원래 이렇게 만들어! 우리나라는 원래 운전석이 왼쪽이야! 

B나라 사람: 너나 그렇겠지 우리나란 오른쪽이야!!

이 때, 난세가 영웅을 만드는 것처럼 중재자 솔로몬이 등장할 시기가 온다. 

ISO가 나타난 것이다.

ISO: A나라, B나라 싸우지 마라. 내가 어느나라 사람들도 만족할 규격을 하나 만들어줄 테니까, A나라도 B나라도 이것만 지키면 수입 수출을 하다가 서로에게 똥을 줄 일은 없다.

그래서 ISO의 무지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각종 규격(가이드라인이라고 함)을 만들기 시작한다. 여담이지만 그 가이드라인들은 각각 돈 주고 사야 되는 것이다. 저작권이 있음. (구매처: https://www.iso.org/store.html)

우리나라에서는 KS 같은 홈페이지에서 번역본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번역 속도의 시간차로 인해 해외 트렌드와 약간 뒤쳐질 수는 있으나 참조하면 좋다. (https://standard.go.kr/KSCI/portalindex.do)

3. 근데 왜 ISO 9000은 9000이라고 부르나? 멋있어 보이려고?

그런 게 아니고 그냥 ISO 가이드라인에는 ISO 704:2009부터 ISO8853:1989까지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그냥 그 중에서 9000이라는 번호가 붙은 것뿐이고 9000번대 시리즈를 가장 널리 사용하는 것뿐이다. 뭔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가이드라인을 읽는 방법은 펀드 종목 읽는 법과 비슷하다. ISO704:2009라는 건 ISO704 가이드라인이며 2009년에 발행된 것이라는 뜻이다. 갱신될 때마다 새로 사야 한다. 100페이지 넘는 건 비싸다. 카드결제도 가능하다... (홍보대사 아님) 사고 싶다면 TECH STREET이나 ISO 홈페이지 가서 가이드라인을 장바구니에 담고 E-북처럼 사면 된다. 

4. 그래서 ISO9001이 뭔데? 왜 따라는 건데?

ISO9000 인증을 취득하면 멋있는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ㅎ 이게 다다... 가 아니고, 이 인증서를 받으려면 자격증 공부처럼 심사를 받아야 되는데 이걸 받으면 우리 회사는(또는 조직은) 품질경영을 하고 있어~ 하고 자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알겠는데... 그래서 본문을 읽어봤는데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ISO9000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품질 경영 및 품질 보증 표준-표준 선택 및 사용을 위한 지침

뭔 소린지 아는 게 이상한 것이다. 뭔 소린지 모르게 써져 있기 때문이다. 정말 쉽게 말한다면

'니네 조직이, 늘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있고, 그런 품질 기반의 프로세스로 일하고 있다는 걸 장담할 수 있냐?' 라는 물음이다. 

그래서 이걸 쉽게 이해하는 법을 작성해보겠다. 

ISO 가이드라인을 보면 목차가 다음처럼 되어 있다.

출처: 한국경영인증원 (http://ikmr.or.kr/board_SeUi86/446) 

아직 포기하지 마세요. 화내지 마세요. 뭔 소린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이 포스팅이 있는 것이다. 

진짜 쉽게 설명하자면, 여러분이 라면가게를 하나 낸다고 해봅시다. 갑자기 왜 라면가게냐면 내가 라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라이의 목차는 총 9가지이지만 1, 2, 3은 에피타이저니까(용어정의 그런 거) 굳이 안 봐도 되고 쉽게 목차 4, 5, 6, 7, 8, 9만 설명하겠다. 

참고로, ISO 가이드라인은 대부분이 저런 목차다. (1, 2, 3은 공통)멜론 미리듣기 1분처럼 홈페이지에 가면 첫 페이지 몇 장을 미리보기할 수 있다. ㅎㅎ

본론으로 돌아와서, 라면가게를 세우려면 맨 처음에 뭘 하게 될까? 다른 라면가게는 어떻게 하는지 볼 것이다. 그리고 다른 손님들은 우리 라면 가게에 뭘 기대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통해 우리 가게만의 목표를 수립할 것이다. 자, 목차 4 끝났다. 이게 바로 4. 조직상황. 

그 다음에는 사람을 구할 것이다. 대충 몇 명 정도로 꾸려야지 생각을 할 것이고, 각자에게 권한을 줄 것이다. 주방장아, 너는 요리만 해라, 알바야, 너는 홀써빙을 해라. 나는 사장을 하겠다. 이제 5. 리더십 끝났다.

그 후에는 홍보 방법 등 어떻게 이 라면을 잘 팔지를 기획할 것이다. 사실 리스크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가이드라인에서 지속적으로 리스크 감소에 대한 요구사항이 대두되고 있긴 해서 이걸 길게 설명하고 싶지만 그러면 사람들이 이 글을 읽다 말 것 같으므로 생략하고, 요즘 트렌드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정도만 알아도 된다.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라면을 잘 팔지, 어떤 메뉴 등을 만들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게 바로 6. 기획이다. 

그리고 나서는 우리한테 자원이 어느 정도 있어서 홍보비로 얼마를 때릴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또한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자원을 파악하는 시점도 여기서다. 일단 점포가 있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일할 종업원이 필요할 것이고, 라면을 데워줄 인프라, 즉 가스 전기 설비 등등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7. 지원이다. 

다음으로 실제로 판다. 이게 8. 운용이다. 참고로, 운용 하기 목차에 보면 제품 및 서비스 요구사항이라고 써있는데, 사실 이것도 원래는 제품 요구사항으로 써져서 제품만 제공하면 장땡인 것 같은 가이드라인이었으나 점점 더 복잡해지는 고객 요구사항에 대비하기 위해 서비스라는 단어도 최신 트렌드로 추가되었다. 

실제로 운용해본 후 이제는 9. 성과 평가를 할 시간이다. 모니터링을 하고 내부 평가를 한다. 얼마나 팔았는지, 적자는 얼만지 등등. 그리고 여기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10. 개선을 한다. 

너무 쉽지 않은가? 이 개념만 잡고 있으면 이제 이 가이드라인 한 권을 다 읽는 거나 다름 없다. 

그리고 ISO 가이드라인을 읽으면서 '~~요구사항' 이런 말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그 말인즉슨 너네 제품이 늘 높은 품질로 생산되고 운영된다는 걸 보증하려면 이걸 '지켜라!', 즉 요구사항=지키세요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사실 이 가이드라인 안에서도 shall, should, need 등등의 머리 아픈 조동사들에 따라 의무의 강도가 갈라지긴 하는데 그것까지는 영어능력의 범위이므로 내 능력 밖이니 생략하겠다.

6. 그래서 인증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데...?

국내에도 그렇고 해외에도 수많은 ISO 인증원이 있다. 이 ISO 인증원들 역시 사설기관이므로 그냥 아무 포털사이트에서 'iso 인증원' 하면 수두룩빽빽하게 나오는 사이트 중 제일 싼 데서 하면 된다. 기관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간혹 네고해주는 곳도 있으니 잘 알아봐야 함. 

물론 인증이야 혼자서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조금 체계 안 잡힌 중소기업 같은 경우, 어린 신입 들어오면 던져주고 옛다, 너 혼자 다 해봐라ㅎ하는데... ISO 인증은 절대 한 사람이 잘 한다고 되는 인증이 아니다. 각 부서에서 프로세스가 유기적으로 돌고 있어야 가능하며 한 부서라도 빵꾸를 내면 품질 경영을 보증할 수 없기 때문.

7. 기타

사실 한 번 영어 가이드라인으로 읽어본 후 한글로 여러 번 반복해 공부해보길 추천한다. 이 가이드라인을 달달 외울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남한테 잘난 척하기 좋을 때도 있고 하니까...ㅎ (물론 단지 그 이유뿐은 아니겠다만)

특히 많이 사용하는 리스크 가이드라인이나 다른 가이드라인 등은 읽어보면 와 이거 진짜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었구나 싶을 때가 있다. 아주 너무 잠이 안 와서 미쳐버릴 것 같을 때 읽기를 추천한다. 잠이 잘 오기 때문이다.

 

 

그냥 심심해서 써봤는데 과거의 나와 같던 신입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음 하는 바람이다.

도움 됐으면 좋아요 눌러주시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

댓글